50대도 주택연금 가입, 은행 가서 직접 물어보니
퇴직이 빨라지고 있다. 60세 은퇴는 이제 꿈이다. 당장 내 주변만 보더라도 50대 은퇴자가 수두룩하다. 재취업을 위해 젊은이 못지않게 이력서를 많이 내고 있지만 취업은 쉽지 않다. 남은 건 달랑 집 한 채 뿐인데 말이다.
“6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한 때 유행했던 ‘100세 인생’ 이라는 노래다. 100세 인생이라는데 50대에 은퇴하면 남은 40~50년을 어떻게 살지 참 걱정이다. 필자 역시 1961년생으로 아직 50대다. 은퇴 전 자식들 키우느라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지난해 퇴직을 했다. 요즘 친구들과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은퇴 준비 없는 100세 인생은 비극’ 이란 말을 자주 한다.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갖고 있는 단독·다가구주택을 팔고 그 매각 대금을 연금방식으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50대 은퇴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
앞으로 남은 40년을 어떻게 살지 고민이던 차에 지난해 10월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이하 연금형주택)이 출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제도는 집 한 채뿐인 사람들에게 노후를 대비하게 한 정책이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소유하고 있는 집을 팔고 그 매각 대금을 연금방식으로 지급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억 원 이하 단독·다가구주택을 보유한 1주택 소유자(부부 중 1인이 만 65세 이상)가 연금형주택에 가입하면 30년간 매달 187만 원(25년이면 매달 214만 원, 20년이면 매달 255만 원 등 차등 지급)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까지 더한다면 95세까지 기본생활을 하는데 걱정이 없다.
정부가 50대 은퇴자의 노후도 걱정하지 않도록 주택연금 제도를 개선한다.(출처=KTV) |
하지만 이 제도는 만 65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 50대 은퇴자들은 소득이 없어도 해당이 되지 않는다. 사실 50대 은퇴자도 60대 만큼 생활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50대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0년 안팎으로 소득이 끊겨 기본생활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부가 50대 은퇴자의 노후도 걱정하지 않도록 주택연금 제도를 개선한다.
현재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이 9억 원 이하 실거주하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연금으로 노후생활 자금을 죽을 때까지 받은 제도다. 국가가 보증하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연금이 중단되는 일은 없다. 연금 가입 시점 집값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연금 수령액은 집값이 높을수록 많다. 앞으로는 가입 연령을 50대 중·후반으로 낮추고, 공시가격 9억 원(현행 시가 9억 원) 주택까지 가입이 가능하게 된다.
‘시가 9억 원’에서 ‘공시가격 9억 원’으로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변경해 시가 13~14억 운 상당의 주택 소유자도 주택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출처=KTV) |
지금까지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 소유자는 가입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고가주택 소유자들은 달랑 집 한 채 뿐인 ‘하우스 푸어’로 살아야 했다. 그런데 시가 9억 원에서 공시가격 9억 원으로 가입 기준을 변경해 시가 11~13억 원 상당의 주택 소유자도 주택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는 50대 은퇴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금 받기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절벽’ 기간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서다.
그렇다면 조기 퇴직 후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사람이 주택연금에 가입한다면 매달 얼마씩 받을 수 있을까? 당장 은행에 가서 알아보았다. 필자의 지인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시가 10억 원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은행 상담창구에서 주택연금에 가입한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내 집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개정되는 주택연금은 60세를 기준으로 하면 월 178만 원, 70세는 월 268만 원, 80세는 월 338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된다. |
상담을 받아보니 가입 연령이 55세까지 낮춰진다면 공시가격 9억 원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이 주택을 담보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이 매달 130만3000원이다. 주택금융공사 분석에 따르면 가입 연령이 55세까지 낮춰지면 124만 가구가 추가로 혜택을 본다고 한다. 주택연금은 평생 받기 때문에 가입 연령이 낮아지면 월 수령액은 그만큼 낮아진다.
그렇다면 60세 이후는 얼마나 받을까? 현재 60세를 기준으로 하면 월 178만 원, 70세는 월 268만 원이다. 60세에 가입한다고 하면 주택연금을 수령하는 5년간은 178만 원으로 살겠지만 그 이후에는 연금 50만 원 정도를 더해 230만 원 정도를 매달 받을 수 있다. 이 정도면 국민연금연구원이 추산한 최소 생활비 104만 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담보주택 가격이 13억 원이라도 주택연금 수령액은 종전처럼 주택 가격 상한선인 9억 원에 맞춰 지급한다.(출처=KTV) |
주택 가격이 높으면 연금을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건 아니다. 담보주택 가격이 13억 원이라도 연금 수령액은 종전처럼 주택 가격 상한선인 9억 원에 맞춰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 주택 가격 △연금산정 이자율 △기대수명 등을 종합해 정해진다. 금융당국이 기준을 9억 원까지로 제한한 것은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정책금융 상품을 무한정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이 든다. 주택연금을 100세까지 받으면 좋겠지만 그 전에 죽는다면 손해 아닌가? 그런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담보주택 가격에 비해 가입자의 연금 수령액이 적은 경우에는 계약자가 사망했을 때 차액이 상속자(배우자, 자녀 등)에게 지급된다. 반대로 집값보다 연금 수령액이 많다고 해도 주택금융공사가 상속인에게 해당 금액을 청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재산상 손해를 볼 일은 전혀 없겠다.
주택연금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50대에게 아주 반가운 정책이다. 조기 은퇴 후 집 한 채가 전부인 50대 퇴직자들은 노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출처=KTV) |
우리나라 노인층의 노후대책은 OECD 국가 중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필자처럼 7080세대들은 자식 교육과 결혼 등에 노후 자금을 거의 다 쏟아부어 대부분 남은 건 집 한 채가 전부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국민연금 수급 가능자가 40% 밖에 안 되고 국민연금 수령액도 평균 40만 원 선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남은 집 한 채로 노후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에 주택연금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50대에게 아주 반가운 정책이다. 조기 은퇴 후 집 한 채가 전부인 50대 퇴직자들은 주택연금으로 노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래서 100세 인생 노래가 “저세상에서 날 부르러 오거든 주택연금 때문에 못 간다고 전해라!” 이렇게 바뀔 지도 모르겠다.
☞ 한국주택금융공사 https://www.hf.go.kr/hf/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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